일본생활(08년~12년)/LIFE

하루가 태어난 것, 내 인생 최고의 실수?

도꾸리 2011. 4. 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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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라는 단어와 최고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지요. 실수가 주는 어감은 최악 혹은 최대 정도가 어울리는데, 오늘은 일부러 최고라는 단어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하루가 태어난 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실수 였고요, 물론 지금도 전혀 후회하지 않고 있답니다. 오늘은 하루가 태어난 이야기를 해볼께요. 

원래 아이 계획이 없었어요.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자신이 없었지요. 저도, 아내도. 누군가를 돌보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일단 약간의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어요. 이물감의 대상이 아이이기도 했지만, 사실 상대방 서로이기도 했지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던 두 사람이 만나 결혼했으니, 어쩌면 당연했던 것 같아요.

또한, 유산이나 임신이 안 되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주변분들을 너무 많이 봐왔던 것도, 2세 계획을 세우지 안았던 이유이기도 했지요. 아이를 키운 다는 것에 대해 자신도 없었고요.

한국에서 산 3년간, 아내는 조금 불편해 했어요. 가족이나 사회화의 거리가 지극히 가까운 한국 사회에 대한 일종의 부적응이었지요. 워낙 혼자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리고 제가 잘 챙겨주지 못한 것도 있지만, 한국에 쉽게 적응 못했답니다.
 

일본으로 넘어오고 얼마 후, 아내는 돌연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당시에는 좋다는 기분보다는 그냥 정신이 멍 했어요. 이런 제 느낌이 행동으로 표현되었다고 아내가 말하더군요. 그리고 서운했다며, 두고두고 이야기하더군요. 

아마도 아이가 태어난 것이 실수였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지요. 귀염쟁이 하루를 보면서,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는 하루를 보면서, 이제는 누구에게나 '내가 일생에서 한 최고의 실수는 하루'였다고 말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아내와 하루.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너무나 다정해 보이는 둘.


하루와 쿠로. 애견인 쿠로, 하지만 하루에게는 의젓한 형이다. 이제까지 하루에게 잘 대해주었듯이, 앞으로도 부탁해!!




하루와 나. 엄마 품에서 자는 것보다, 내 품에서 잘 때가 더 많았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내 품을 떠나(?) 혼자서도 잘 자는 하루.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너무 고맙다. 
  



 


다양한 표정의 하루, 내가 하루를 키운다기 보다는, 배운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화날 때, 슬플 때, 기쁠 때, 언제나 하루와 함께 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 의도하지 않은 임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인생 최고의 실수가 되어준 하루,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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