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08년~12년)/LIFE

한일커플, '하루'란 이름이 가지는 의미

도꾸리 2009. 1. 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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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4월이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까지는 아빠 엄마 걱정 안 끼치고 별탈없이 엄마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주변에도 유산의 아픔을 겪은 커플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사실 나도 이런 글을 쓰기가 조심스럽다. 혹시나 이글이 공개된 후 우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겨, 그 존재의 의미가 사라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내와 함께 아이 이름을 이미 지어놓았다. 사실, 아이  이름은 결혼 초기에 정했다. 한일커플이란 특수성으로 언제 태어날지는 모르지만, 태어날 아이는 한국어와 일본어 모두 의미가 통하는 이름을 짓자고 서로 약속했었다. 바로 그 이름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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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하루'의 의미야 굳이 설명 안해도 될 것 같다. 이름으로 어떤 한자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틀리겠지만, 일반적으로 일본에서의 '하루'는 춘하추동의 '봄'을 뜻한다. 하루란 이름은 유명 만화나 영화의  남자 주인공 이름으로 자주 사용되곤 한다.


김하루와 미즈하시하루. 일본 호적관련 법을 더 찾아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일본에서는 아내의 성을 따라 이름을 등록할 것 같다. 기약없는 일본 체류라 언제 김하루란 이름을 한국에 신고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당분간 미즈하시 하루란 이름으로 우리 첫째를 부르게 될 것이다.

대학 선후배나 동기중 외국인과 결혼한 커플이 상당수다. 전공 특성상 중국 유학시절 만난 일본인이나 중국인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외국인과 결혼한 선배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자신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고. 특히, 거주지가 한국이 아닌 결혼 상대자의 국가인 경우 더욱 그렇다. 아무래도 한국어 보다는 해당 현지어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보니 그런것 같다.

나는 물론 순수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자라났다. 물론, 지금 일본에서 살기는 하지만, 태국이나 중국에서도 살았던 적이 있기에 어떤 언어를 꼭 사용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은 없다. 그 필요에 따라 언어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문제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에게 어떤 언어를 가르킬 것인가가 현재 우리의 중요 과제다. 아내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으니 일본어를 먼저 가르키자고 할것이다. 나는 내 편의를(?) 위해 한국어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내 첫째가 미즈하시 하루란 이름으로 나와 일본어로 대화한다면 과연 내 기분이 어떨까?  한국어로는 대화를 못하고 말이다.

앞으로 외로움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족이지만 첫째에게서 왠지 이질감을 느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내 역활이 중요한데... 사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것이 아무래도 국제결혼한 커플이 아이를 가졌을 때 느끼는 외로움 내지는 정체성의 혼란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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