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08년~12년)/LIFE

당신의 국적에 만족하나요?

도꾸리 2009. 6. 1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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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여권을 만들려고 며칠 전 인근 시내에 갔다. 준비한 사진과 함께 서류를 작성해서 여권을 신청했다. 서류를 보던 직원이 하루의 국적을 물어봤다. 아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빠는 한국인이고 엄마는 일본인이라고 대답했다. 일본 여권을 만드는 것이니 일본인이라고 해도 상관 없었을 텐데, 아내는 나를 위한 배려로 그렇게 대답했다. 직원도 무슨 소리인지 알겠다는 듯 더는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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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 일본 여권에는 일본인으로, 그리고 한국 여권에는 한국인으로 나올 것이다. 결혼 전 아내와 약속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국적 선택권을 하루에게 주겠다는 것. 하루가 국적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경험(한국과 일본 생활 체험과 언어 습득)을 지원해주고 국적 선택은 본인 자신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예전에 베트남에서 국적과 관련된 재밌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계 사람, 그리고 베트남에 살다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을 통해본 국적, 그리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그것.

1.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계 사람
호치민 구찌터널 투어에서의 일이다. 앞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앉아 있다. 영어가 굉장히 유창하다. 생김새로 보아 처음에는 베트남계 미국인인 줄 알았다. 베트남 여행 중에 베트남계 미국인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로 옆좌석에 앉은 캐나다 여자와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우선  남자는 중국계 미국인. 그리고 여자는 일본계 미국인. 둘 다 미국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지금 아시아를 여행 중이다. 일본을 거쳐 베트남을 여행 중이고 앞으로 중국으로 이동할 예정. 결혼할 사이인 둘은 자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 여자가 이들에게 국적을 물어봤다. 대답은 약간 의외였다. 둘다 모두 중국인, 일본인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주를 한 당사자도 아니고, 미국에서 태어났기에 당연히 '~계 미국인' 내지는 미국인이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캐나다 여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들이 중국인, 일본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이민간 사람
베트남 냐짱에서 있었던 일이다. 투어에 30명 정도 참석했다. 그 중 반은 백인, 반은 베트남인이었다. 그리고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투어에 노래자랑 시간이 있었다. 참석한 여행자는 국가별 반주에 맞추어 노래했다. 아쉽게도 한국 노래는 혼자 불렀다.

국가 노래자랑이 거의 끝날 때에 어느 외국인이 이렇게 외쳤다. " 베트남계 미국인도 있습니다."  베트남 순번이 지나갔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가이드가 이 소리를 듣더니 무시하고 다음 차례로 넘어갔다.

아니, 도대체 무엇이 베트남계 미국인인가.  그들은 어떤 이유로든지(그것이 베트콩에 의한 공산화 때문이라는 이유 일지라도) 한 번 조국을 등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미국에서의 경제적 성공을 바탕으로 다시 베트남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은 베트남 사람이 아니라며 조국을 다시 한 번 등지는 행위를 한 것이다.

투어 초반에 이 베트남계 미국인(당당히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다)은 자신의 동포(베트남인)에게 자신의 영어 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영어로 외국인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무도 시킨 사람 없다. 갑자기 자신이 백인을 향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썰렁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별로 웃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그 베트남계 미국인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함을, 더 나아가 미국인임을 자랑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이 열등한(?) 베트남인들 앞에서 말이다.

과연 무엇이 잘하고 못한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베트남의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일반 시민, 그리고  베트남이 싫어 망명을 떠나 현재는 베트남계 외국인이 되어버린 사람 중에 말이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는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이라면 더 크게 다가올 것 같다. 현재, 한국에서 들려오는 여러 잡음에 사실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다. 아들 하루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을 이야기할 수 있을 그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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