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일본의 다운로드

도꾸리 2007. 12. 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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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와 함께 도쿄에 거주할 때의 경험입니다.

도쿄로 와서 처음 입주한 곳이 신바시 근처의 오피스텔.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되는 거금을 주고 들어간 곳이지만,

실상 크기도 작고 시설도 별로였습니다.

입주한 당일 이렇게 투덜거리며 서울에서 가져온 짐을 풀어놓았죠.

노트북에 인터넷 선을 연결하고 옷가지며 작업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계속 접속이 안되더군요.

여러번 시도를 해도 안되길래,

아무래도 1층 리셉션에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아  그날을 그렇게 잠을 자게 되었어요.

다음날 밖에 나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벽 한쪽에 공지사항이 적혀 있더군요.

전체 빌딩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복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넷을 당분간 사용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에 투덜거리며 마키와 함께 시내에 잠시 다녀왔어요.

다녀온 후 리셉션에 인터넷 문제를 물어보려고 갔는데...

아뿔사...

이야기하는 도중 건물 인터넷 관리하시는 분이 나오더니 갑자기 우리 노트북을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인터넷 연결 설정 때문에 그러는가 보다 싶어 바로 노트북을 가져왔어요.

그런데 결과는?

노트북을 어떤 선에 연결을 하더니 잠시후 건물 전체에 퍼진 바이러스가 아무래도 우리인것 같다고 하더군요.

인터넷 접속한 때와 바이러스가 퍼진 시점도 일치하고,

담당자가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잡히 내 노트북 바이러스도 일치했다는.

바이러스 프로그램 설치가 되어있냐고 물어보는데 어찌나 뜨끔하던지...

건물 정책상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은 노트북은 건물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결국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노트북을 돌려받을 수 있었어요.

우리를 바이러스를 퍼트린 주범으로 모는 것 같아서 조금 기분이 나쁘더군요.

방으로 올라가 우선 노트북에 다시 인터넷을 연결하려고 했어요.

p2p 프로그램을 이용해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요량으로...

하지만 와이프가 만류를 하더군요.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다운받기 전에는 인터넷을 연결할 수 없다며.

갑자기 와이프가 건물 보안책임자로 돌변을?

일본인인 와이프는 무조건 메뉴얼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면을 잘 알기에 지금 이곳에서는 인터넷을 연결하면,

일본에 왔으면서 일본인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밖에 안될 것 같더군요.

와이프는 우선 아키하바라(도쿄의 용산 정도)에 가자고 하더군요.

그곳에 가서 정품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설치후 사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정품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사용해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프로그램을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이 어찌나 아깝게 느껴지던지...

결국에는 아내의 조언을 듣고 아키하바라로 갔어요.

처음에는 용산 주변의 불법 시디 파는 곳을 연상해서,

그런 곳이 보이면 불법 시디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하지만 아키하바라에 도착하고나서 내 생각이 잘못됬다는 것을 알아채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도대체 아키하바라 뒷골목 일대를 돌아다녀도 불법 복제 시디를 파는 곳이 없더군요.

발견한 것이라고는 버전이 한참 지난 중고 시디를 파는 곳 뿐.

그렇게 1~2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하고 우리가 간 곳은 아키하바라 요도바시 카메라.

이곳에서 노턴바이러스 프로그램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집으로 돌아와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인터넷에 연결했더니 잘 되더군요.

인터넷 불법 복제와 다운로드.

그때까지만 해도 내 머릿속에는 돈을 주고 사야한다는 것보다,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컸었는데...

일본이라는 사회가 경제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아시아 경제의 일익을 담당하는 이유가

어쩌면 이런 자그마한 부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요?

메뉴얼 나라 일본, 불법 다운로드가 없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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